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를 기억하십니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제 2008년을 마무리하는데도 이틀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때도 그랬지만 내일 저녁과 모레 아침이 되면 또 핸드폰과 메일함에는 신년축하 문자와 메일이 날아들 것입니다.
제발 올해 이번 연말에는 아래 2가지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몇자를 끄적여 봅니다.
1. 단체발송 SMS 보내지 말기
언제가부터 명절이나 특정일에 내 이름도 없이 무작정 건조하게 날아오는 SMS 문자를 볼 때면 이제는 반가운 마음도 들지 않는다. 오랜만에 친구로부터의 소식인가하여 반가운 마음에 열어 보면 "올 한해 도움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늘 건승하세요" 뭐 이런 스타일의 문자를 많이도 받게 된다.
과연 나를 한번이라도 생각을 하고 문자를 보낸 건지 아니면 추천 문자 중 적당한 것 하나 골라서 보낸 것인지? 이번 크리스마스에 받은 문자 중 가장 황당한 것은 다음 문자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녀석이 보낸 문자다. -_-;; 몇달 전 사준 핸드폰에 이번달에는 알이 많이 남았다고 하더니...
교회를 다녀오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들아~ 너 크리스마스 문자 너 핸드폰에 등록한 사람한테 다 보냈니?"
"아뇨~ 그래도 좀 친한 사람들 골라서 보낸건데요~"
"근데... 아빠한테 이런 문자는 좀... 그렇지 않니...?"
"흠..."
뭔가 축하나 문자를 보내고 싶긴 했을텐데 벌써부터 이런 식의 간편한(?) 문자 보내기를 배워버린 아들 녀석의 행동이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운철형님, 올 한해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내년에도 건강하세요~" 간간이 메신저로만 소식 전하는 후배 녀석이 보낸 문자입니다. 괜히 내 이름이 들어간 문자가 더 반갑습니다. 뭐 이름 변경해서 보내주는 문자 서비스를 이용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름도 없는 문자보다는 천만배 다정다감합니다. 이 녀석에는 직접 문자로 답을 해 줬습니다. "일표야~ 너도 늘 건강하고 새해에는 계획하는 일들 다 잘 되길 바란다~ 새해에는 얼굴 한번 보자~" 라고.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또 문자가 왔습니다. "한해가 어케가나~ 못보구 가는 2008년 아쉽삼. 그래도 건강이 최고삼" 이건 뭥미~ 게다가 내 핸드폰에 등록된 번호도 아닌.... 넌...누구냐....)
2. 근하신년 이메일 보내지 말기
학이 날아 다니는 산을 배경으로 한 이미지나 복주머니가 달린 이미지의 근하신년 이멜이 벌써 몇 통 도착했습니다. 거룩하고 거룩한 인삿말들. 제 이름은 어디에도 없네요~ 오히려 아는 형님이 "운철아~ 연말이 며칠 안 남았네. 새해에도 애들이랑 가족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신년회 할때 얼굴 한번 보자" 라는 간단한 이메일이 훨씬 좋네요. 이미지 첨부한 의미없는 근하신년 이메일이 며칠 사이에 또 얼마나 날아다닐런지요~
고마운 분들께...
이번 연말에는 정말 50 명에게 문자 보내고, 100명에게 근하신년 이메일 보내지 않으렵니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조용히 보냈습니다. 교회에서 생각나는 분들 이름 하나씩 떠 올리며 작은 목소리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서 이 상황들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내일과 모레는 100명에게 단체 메일 발송하는 대신 몇몇 분들께 전화를 드려 목소리라도 들으려고 합니다. 전화 받기 곤란하거나 불편한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그 분들은 그래도 반가와 해 주실 겁니다. 2009년은 빠르고 간편한 IT 세상도 좋지만, 좀 더 인간냄새가 나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제가 이름을 불러드릴 수 없는 많은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만 그냥 인사를 드릴 수 밖에 없네요~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더욱 화이팅하세요~" 댓글 남겨주시면 제가 일일이 이름 불러드려며 다시 인사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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